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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발표] 돌고돌아 다시 대전에 뜬 달...한화 김경문 감독 공식 선임 ''3년 총액 20억원'

한화 이글스가 김경문(66) 전 야구대표팀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선임한다.한화 구단은 2일 제 14대 감독에 김경문 감독을 선임한다고 발표했다. 계약규모는 3년간(2024~26시즌) 계약금 5억원, 연봉 15억원 등 총 20억원이다. 한화는 "풍부한 경험과 경륜을 갖춘 김경문 감독이 팀을 성장시키는 데 적임자라고 판단해 제 14대 감독으로 선임하게 됐다"고 이유를 전했다. 김 감독은 지난달 27일 자진사퇴한 최원호 전 감독의 후임이다. 김 감독은 오는 4일 수원 KT 위즈전부터 한화를 이끈다.김경문 감독을 선택한 건 모기업인 한화그룹으로 알려졌다. 그룹이 원한 건 카리스마와 경험을 두루 갖춘 베테랑 감독이었다. 리빌딩 전문가인 카를로스 수베로 전 감독, 퓨처스(2군) 감독으로 선수단 이해도가 높은 최원호 전 감독을 선임한 지난 4년의 행보와는 정반대 결정이다. 김경문 감독은 지도자로 통산 896승을 거둔 인물이다. 2004년 두산 베어스 감독에 올라 2011년까지 팀을 이끌며 포스트시즌(PS) 진출 6회를 이뤘다. 2011년 두산을 떠난 그는 2012년 NC 다이노스의 초대 감독이 됐고, 2014년부터 다시 4년 연속 PS에 올랐다. 한국시리즈(KS)에도 총 네 차례 올랐다. 한국 야구대표팀 역사상 가장 빛났던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을 이끈 경력도 있다.개인적으로는 약 40년 만의 대전 복귀다. 김경문 전 감독은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 OB 베어스(두산의 전신)에서 데뷔했다. 하지만 1984년 OB가 서울로 올라가면서 대전을 떠났다. 시즌 중 급박하게 새 감독을 선임해야 하는 한화는 중량감 있는 인물을 찾았다. 김경문 감독 외에도 선동열 전 대표팀 감독, 류지현 전 LG 트윈스 감독(현 KBSN 스포츠 해설위원) 이종범 전 LG 트윈스 2군 감독 등이 후보군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일 선동열 배 OK 전국 농아인 야구대회에 참가한 선 전 감독은 "현장에 복귀할 마음의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며 한화행이 불발된 이유를 전했다.두산과 NC를 이끈 김경문 전 감독의 지도력은 충분히 증명됐다. 정수빈, 김현수, 양의지, 나성범, 박민우 등은 모두 김 감독 체제에서 빠른 성장을 이룬 바 있다. 반면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김경문 감독이 프로야구를 떠난 게 6년 전이다. 마지막 감독직인 도쿄 올림픽 대표팀도 기대 이하(4위)로 마무리됐다. 빠르게 바뀌는 야구 트렌드에 적응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가 어떻게 변했을지도 관심사다. 김경문 전 감독은 2022년 메이저리그(MLB) LA 다저스로 연수를 다녀왔다. 그가 무엇을 배우고, 느꼈는지에 따라 3번째 출항하는 김경문 호의 색깔도 달라질 거로 보인다.김경문 감독은 "한화이글스의 감독을 맡게 돼 무한한 영광"이라며 "한화이글스에는 젊고 가능성 있는 유망한 선수들이 많고, 최근에는 베테랑들이 더해져 팀 전력이 더욱 단단해졌다. 코치님들, 선수들과 힘을 합쳐 팬들께 멋진 야구를 보여드리겠다"고 감독 선임 소감을 전했다.김경문 감독은 오는 3일 오후 2시 한화생명 이글스파크 홍보관에서 취임식 및 기자회견을 진행한 뒤 곧바로 수원으로 이동, 4일부터 열릴 KT위즈와 원정경기부터 지휘봉을 잡을 계획이다.다음은 김 감독 선임에 대한 구단의 일문일답.Q. 왜 김경문 감독인가?A. 현재 어수선한 선수단을 수습하고 구단이 목표한 바를 이뤄줄 최적의 역량을 보유하신 분이라고 의견이 모아졌다.Q. 다른 후보군 있었나?A. 우리 구단 주요 인사는 특정 단독 후보로 진행되는 경우는 없다. 통상 3~5명의 후보리스트를 추리게 된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역량있고 영입가능한 여러 후보가 대상자로 올랐다. 허나 신임감독이 선임된 만큼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는것은 어렵다.Q. 감독 선임 목표는?A. 최근 상승세로 중위권과 큰 차이가 없고 아직 많은 경기가 남아 있기 때문에 감독님도 구단의 목표인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해 최선을 다하실 것이다.Q. 코칭스태프 개편은?A. 사전 감독님과 이부분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고 일단 기존의 코칭스태프로 시작하실 것이다. 만약 시즌 중이라도 감독님께서 보강이 필요한 파트를 말씀하신다면 적극 검토할 계획이다.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2024.06.02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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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박석민이 추억하는 '한 경기 9타점' 2015년 9월 20일 롯데전, 그리고 최정 [IS 창원]

"한 경기 9타점 경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선수 은퇴식을 갖는 박석민이 현역 시절을 돌아보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로 2015년 9월 20일 부산 롯데 자이언츠전을 꼽았다. 이날은 박석민이 홈런 3방을 때려내며 홀로 9타점을 쓸어 담은 경기로, 이는 KBO 최초이자 한 경기 최다 기록이기도 하다. 박석민은 11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리는 2024 신한은행 SOL KBO리그 NC 다이노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를 앞두고 은퇴식을 갖는다. 지난해 은퇴 후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 코치 연수 중인 박석민은 선수 시절 '친정팀' 삼성과 NC의 맞대결에서 은퇴식을 갖고 팬들에게 정식으로 인사할 예정이다. 이날 박석민은 경기 시구를 맡고, NC 선수단은 박석민의 현역 시절 번호인 18번을 달고 경기에 나선다. 2004년 삼성의 1차 지명으로 프로에 입문한 박석민은 삼성에서 10시즌, NC에서 8시즌을 뛰며 KBO리그를 대표하는 3루수로 활약해왔다. 삼성에선 2004년부터 2015년까지 뛰며 한국시리즈 우승을 5차례(2005년, 2011~2014년) 이끌었고, FA(자유계약선수)로 옮긴 NC에선 2020년 팀의 창단 첫 우승을 견인한 바 있다. KBO리그 역대 정규시즌 한 경기 개인 최다 타점(9개)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박석민은 3루수 부문 골든글러브도 2회(2014, 2015년) 수상했다. 18시즌 동안 그가 기록한 성적은 1697경기 타율 0.287(5363타수 1537안타) 269홈런 1041타점 882득점. 다만 2021년 7월 코로나19 방역 수칙 위반 문제로 커리어에 오점을 남기기도 했다. 당시 박석민은 서울 원정 숙소에서 동료들과 술자리를 가지던 도중 일반인 여성이 합류해 방역 수칙을 어긴 바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와 구단으로부터 출전 정지 징계를 받은 박석민은 2022년에 복귀했으나 활약이 미미했다. 결국 박석민은 2023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 지도자 연수를 받는다. 다음은 박석민과 일문일답Q. 은퇴식을 하는 소감은?NC에서 큰 배려를 해주셨다. 은퇴식을 하게 돼 영광이다. 구단에 감사한 마음 뿐이다.Q. 친정팀 삼성을 상대로 한 경기에 은퇴식이라서 의미가 큰 것 같다.은퇴식을 만약에 한다면 삼성과 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내심 있었다. 구단에서 배려해주셨다. 의미 있는 은퇴식이다. Q. 선수 생활 되돌아본다면 어느 경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가. 여러 가지가 남는다. 한국시리즈 우승 순간은 6번 했지만 다 기억에 남는다. 사직 롯데 자이언츠전(2015년 9월 20일)에서 한 9타점 경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한 경기 9타점은 KBO리그 최초 최다 기록이다.) Q. NC에선 서호철이, 삼성에선 김영웅이 박석민의 뒤를 이어 활약 중인데.생각보다 너무 잘하고 있다. 더 잘할 것 같다. 성장 가능성이 정말 큰 선수들이다. (김)영웅이는 (함께 뛰어보지 않아) 잘 모르지만, (서)호철이는 정말 성실하고 연습도 많이 하는 선수다. 정말 잘됐으면 좋겠다. 가까이서 본 바로는 예의 바르고 열심히 하는 것 같다. 영웅이도 최고의 선수가 됐으면 좋겠다. Q. 은퇴 후에는 어떻게 지내고 있나.2월 말에 일본으로 넘어가서 3월 2일부터 요미우리 자이언츠에 출근했다. 직함은 육성 코치다. 메인은 2군에서 활동 중인데, 홈 경기가 있을 때 1군에 가기도 있고, 3군에도 왔다갔다 한다. Q. 지도자를 시작한 계기는?어릴 때부터 일본 야구를 좋아하기도 했고, '일본은 왜 야구를 잘할까'라는 생각이 있었다. 지도자를 한다면 일본에서 공부를 하고 시작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일본에 잘 갔구나 이런 마음이 많이 든다. (어떤 점이 인상 깊었나) 일본 선수들의 기본기가 엄청 탄탄하다. 어릴 때부터 기본기가 몸에 배있다. Q. 현역시절 선행을 많이 했다. 평소에도 선행에 큰 의미를 두고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하다. 중독인 것 같다. 그런 데에서 희열을 느꼈던 것 같다. 강요하면 안되지만, 우리 후배들도 조금 어려운 사람들 도와가면서 살아가면 어떨까 생각한다. Q. 밖에서 바라본 한국야구는 어떤가.사실 일본에서는 요미우리 구단 경기를 봐야 하느라 한국야구를 잘 챙겨볼 시간이 없었다. NC랑 삼성이 잘하고 있는 것만 알고 있다. Q. 야구선수를 꿈꾸는 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반듯하게 클 수 있는 것이 더 중요하다. 야구는 못해도 인성적인 걸 항상 강조한다. 아들한테는 잔소리로 들을 수도 있지만 강조하고 있다. Q. 현역 선수들에게 강조하고 싶은 말은?은퇴하는 선배들이 하나같이 '유니폼 벗으면 힘들다' 이런 얘기를 하던데 선수 땐 와닿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공감한다. 후배들이 안아프고 오래 했으면 좋겠고, '선수가 제일 행복했다'는 걸 많이 느끼고 있다. Q. 강민호 등 동갑내기 친구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강민호와는 일주일 전에 이야기 나눴다. 은퇴식 때 울지 말라고 해서 "울게 뭐있노"라고 대답했는데, 은퇴식 땐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친구지만 대단한 선수다. 포수로서 활약하는 거 보면 엄청 대단한 선수다. Q. 은퇴식 다가오면서 생각나는 사람은?한 명 뽑기는 힘들다. 어렵게 꼽자면 선동열 감독님이다. 삼성 시절 선 감독님 덕분에 군대 제대하고 기회를 받았다. 그땐 아무것도 아닌 선수였는데, 감독님께서 기회를 줘서 FA를 두 번이나 경험했다. 항상 특별히 더 감사한 마음을 항상 갖고 있는데 표현을 이때까지 못했다. 다른 감독님께도 감사하다. 이 자리를 빌어서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Q. 팬들에게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나. 팬들께는 죄송하다. 좋은 모습만 보여드렸어야 하는데 안좋은 모습도 보여드렸던 것 같다. 정말 죄송하다. 팬들한테는 유쾌하고 동네 형 같은 푸근한 이미지였으면 한다. 그러면 만족할 것 같다. Q. 제2의 박석민을 꼽자면? 제2의 박석민이 되면 안된다. '제2의 최정'을 해야 한다(웃음). KIA 김도영이 엄청 잘하더라. 대단한 것 같다. 엄청 잘할 것 같다. 그리고 이 자리를 빌어서 최정 선수에게 한 마디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최정이 있었기 때문에 나 또한 노력하면서 발전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동기부여가 됐다. 앞으로도 500, 600개 홈런 치면서 오랫동안 선수 생활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싶다.Q. 어떤 지도자가 되고 싶나.유례없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 선수가 스스럼없이 다가오는 선수가 되고 싶다. (롤모델은?) 지도자 롤모델은 딱 한 명 꼽기가 힘들지만, 김기태 감독님을 좋아한다. 남자답고 멋있다. 여기에 나만의 스타일을 입힐 수 있다면 더 좋지 않을까. 여러 감독님을 모셔봤는데, 감독님들만의 장점만 뽑아내 좋은 지도자가 되고 싶다.창원=윤승재 기자 2024.05.11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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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출 직후 걸려온 전화, 김경문 감독 격려에 다시 일어선 '제2의 선동열' [IS 인터뷰]

“시원하게, 자신 있게 던지는 모습을 다시 보고 싶다, 민호야.”자신의 방출 기사가 뜬지 1시간도 채 되지 않은 시점, 이민호의 휴대폰에 ‘김경문 감독님’ 이름이 뜨면서 따뜻한 격려의 메시지가 왔다. 김경문 감독은 NC 다이노스 시절 이민호의 은사다. NC의 창단 멤버였던 이민호는 지난 시즌을 마치고 재계약 불가 통보를 받았다. 부산고 시절 ‘제2의 선동열’이 될 재목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NC에 입단한 그는 2013년부터 2019년까지 팀의 전천후 투수 역할을 했다. 하지만 2019년 오른쪽 팔꿈치 수술을 받은 이후 1군에서 자취를 감췄다. 군 복무 후 복귀했지만 2023년 팀에서 방출됐다. 방출된 이민호는 머리도 식힐 겸 휴식을 취하려고 했다. 하지만 ‘기회는 분명 또 올 거다. 준비하고 있어’라는 주변 응원과 함께 김경문 감독의 전화가 이민호를 움직였다. NC 시절 한솥밥을 먹었던 정연창 트레이너도 이민호를 자신이 운영하는 아카데미로 불러 훈련을 도왔다. 이민호는 다시 이를 악물었다. 기회는 우연히 찾아왔다. 지난해 겨울, 이종열 삼성 라이온즈 단장과 아카데미에서 우연히 마주쳤다. 정연창 트레이너를 영입하려던 이 단장이 그의 아카데미를 찾았다가 이민호를 본 것이다. 이 단장은 곧 정연창 트레이너를 통해 입단을 제안했다. 이민호는 “계속 준비하라고 응원해준 주변 사람들에게 고맙다. 덕분에 이런 우연이 겹쳐 좋은 기회까지 잡을 수 있었다”라고 했다. 그렇게 이민호는 프로 데뷔 12년 만에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테스트를 통해 입단이 결정된 후에도 이민호는 팔꿈치 수술의 불안감을 지우기 위해 지난겨울 열심히 훈련했다. 마침 자유계약선수(FA)로 삼성 유니폼을 입은 ‘옛 NC 동료’ 임창민도 같은 아카데미에서 이민호와 몸을 만들었다. 이민호는 “(임)창민이 형은 20대 초반 선수들보다 더 열심히 운동하신다. 옆에 있으면 게으름을 피울 수가 없다”라며 웃었다. 현재 이민호의 몸 상태는 60~70%다. 현재 재활군에서 팀 스프링캠프를 소화하고 있는 이민호는 “잃어버린 투구 매커니즘을 되찾는 데 중점을 두고 훈련하고 있다”라면서 “삼성의 열정적인 팬들 앞에서 투구할 날을 기다리며 열심히 준비하겠다”라며 각오를 다졌다. 윤승재 기자 2024.02.15 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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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안 가요” 한마디에 한 달을 매달렸다, 임창민 잡은 삼성의 진심 [IS 인터뷰]

“죄송합니다. 삼성은 못 갈 것 같습니다.”FA(자유계약선수) 협상 초반, 임창민은 삼성 라이온즈의 제안을 받았으나 입장차가 컸다. 이종열 삼성 단장에게 “못 갈 것 같다”라고 선언했다. 그렇게 협상은 결렬될 것 같았다. 하지만 이종열 단장의 구애는 계속됐다. 임창민의 에이전트는 물론 트레이너까지 연락을 넣어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말했다. 이 단장의 요청은 한 달이 지나도 계속됐다. 결국 진심이 통했다. 임창민은 2년 총액 8억원에 삼성의 푸른 유니폼을 입었다. 이종열 단장은 이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포기하지 않는 게 제 스타일입니다"라며 껄껄 웃었다.“이성도 이렇게까지 꼬시지 않을텐데...” 임창민은 당시를 회상하며 환하게 웃었다. 그는 “누군가 나를 이렇게 원한다는 게 이렇게 좋은 건 줄 몰랐다”라며 삼성의 관심에 감사를 표했다. 삼성 선수들의 적극적인 지원사격도 한몫했다. 임창민은 “삼성과 협상 중이라는 기사가 떴지만 사실 그땐 아무 협상도 안 하고 있었다. 그런데 구자욱, 김태훈, 이상민 등 친분이 있는 삼성 선수들이 계속 연락해서 ‘언제 오냐고’ 꼬시더라. 정신 차리고 보니 한 팀이 돼 있었다”라며 웃었다. 가랑비 옷 젖듯 마음도 움직였다. 현재 임창민은 지난해 겨울부터 대구에서 훈련하고 있다. 삼성행을 예견한 것일까. 임창민은 “NC 다이노스 시절 수석 트레이너였던 정연창 트레이너 코치가 대구에 있어서 지난겨울부터 대구에서 훈련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2022년이 끝나고 부상으로 힘들었는데, 정 코치님과 같이 운동하며 몸이 많이 좋아졌다. 지난해 키움 히어로즈에서 잘 던진 것도 이것 때문이었다. 좋은 기운이 있어 올해도 여기서 운동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공교롭게도 정연창 트레이너는 이번겨울 삼성의 총괄 트레이닝 코치로 선임됐다. 새 시즌 삼성에서 한솥밥을 먹는다. 어린 시절 우러러봤던 삼성의 푸른 유니폼을 입었다. 기분은 어떨까. 임창민은 “학창 시절 땐 김응용·선동열 감독님의 삼성이, 프로에 와서는 류중일 감독님이 지도하던 삼성의 이미지가 강하다. 삼성은 항상 ‘선진야구’를 하는 팀이었다”라며 “최근엔 삼성의 성적이 안 좋았는데 씁쓸하다. 삼성은 절대 안 흔들릴 줄 알았다. ‘팀이 이렇게도 바뀌는구나’라고 생각했다. 구단이 노력 안 한 건 아니겠지만, 사람도 안주하면 안 되고 항상 발전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라며 마음을 다잡았다. 지난해 삼성의 불펜 성적은 리그 최악이었다. 불펜 평균자책점(ERA)이 5.16으로 리그 10개 팀 중 가장 좋지 않았다. 이종열 단장은 비시즌 불펜 강화에 열을 올렸고, 마무리 김재윤과 임창민을 FA 영입하며 뒷문을 강화했다. 불펜 재건. 임창민의 어깨가 무겁다. 김재윤, 오승환과 마무리 경쟁에 대해 “보직은 상관없다”라고 말한 그는 “베테랑은 개인 성적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팀을 높은 곳에 보내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삼성과 함께 올라가겠다”라며 새 시즌 각오를 다졌다. 윤승재 기자 2024.01.10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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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GG] MVP 페디, 외국인 투수 역대 10번째 황금장갑까지 품다

이변은 없었다. 외국인 투수 에릭 페디(30·NC 다이노스)가 황금장갑을 품에 안았다.페디는 1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2023 KBO 골든글러브(GG) 시상식에서 투수 부문 GG를 받았다. 유효표 291표 중 267표를 획득, 득표율 91.8%로 케이시 켈리(LG 트윈스·2.7%)에 크게 앞섰다. 외국인 투수가 GG를 받은 건 역대 10번째. NC가 투수 부문 GG를 차지한 건 2015년 에릭 해커에 이어 8년 만이자 역대 두 번째다.페디는 지난달 27일 열린 정규시즌 시상식에서 91.9%의 득표율로 최우수선수(MVP) 트로피를 차지했다. 유효표 111표 중 102표를 획득, 노시환(한화 이글스·6표) 홍창기(LG·2표) 최정(SSG·1표) 등을 크게 앞섰다. 신설된 수비상 포함, 5관왕을 차지하면 '최고의 별'로 우뚝 섰는데 GG로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했다. 페디는 올 시즌 KBO리그 최고의 투수다. 30경기에 선발 등판, 20승 6패 평균자책점 2.00(180과 3분의 1이닝)을 기록했다. 다승과 평균자책점에 이어 탈삼진(209개)까지 1위에 올라 선동열(1986·89·90·91년) 류현진(2006년) 윤석민(2011년)에 이어 역대 네 번째로 투수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했다. 최고 시속 150㎞를 가뿐하게 넘기는 투심 패스트볼에 컷 패스트볼과 체인지업, 변형 슬라이더 일종인 스위퍼(Sweeper)까지 자유자재로 던진다.다만 지난 6일(한국시간)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2년 계약한 것으로 알려진 페디는 GG 시상식에 불참했다. 대리 수상한 손아섭은 "제가 상 받은 건 아닌데 통역하려니까 떨린다. 페디한테 연락받았는데 여기서 대신 인사를 전하겠다. '안녕하세요 에릭 페디입니다. 우선 GG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해 마음이 무겁다. 매우 영광스럽고 오늘 같이 상을 받는 선수들에게도 축하한다고 전하고 싶다. NC를 만나게 돼 너무 행복했다. 잊지 못할 시즌 동안 지원해 준 팀원과 감독님, 직원분들에게 영광을 돌리고 싶다. 다시 만나는 날까지 행운을 빌겠습니다'라고 전해달라고 했다"며 "너무 좋은 계약(화이트삭스)을 해 같은 팀원으로서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말했다.삼성동=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2023.12.11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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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피플] MVP도, 해외 진출도…노시환은 서두르지 않는다

"일단 한국에서 최고가 된 다음에 생각해 보겠다."올해 노시환(23·한화 이글스)은 최고의 한 시즌을 보냈다. 2023 KBO리그 정규시즌 타율 0.298 31홈런 101타점을 기록하며 2관왕에 올랐다. 리그에서 유일하게 30홈런-100타점을 함께 돌파한 타자가 됐다. 그는 또 세대교체를 표방한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AG)과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에서 4번 타자로 활약했다. 두 대회 타율 0.412를 기록하며 대표팀 핵심 타자로 떠올랐다. 다음 달 열리는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도 3루수 부문 수상이 유력하다. 명실상부한 리그 간판타자로 성장한 해였다. 최고 타자가 된 그는 지난 27일 KBO 시상식에서 에릭 페디(NC 다이노스)에 밀려 MVP(최우수선수) 수상에 실패했다. 투수 3관왕(20승, 평균자책점 2.00, 209탈삼진)에 오른 페디는 1986년 선동열 이후 첫 20승-200탈삼진을 기록한 3관왕 투수였다. '역사적인' 투수를 이길 수 없었다.노시환은 담담했다. 아직 젊은 자신에게 얼마든 다음 기회가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아쉬움 대신 앞날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노시환은 "나도 올 시즌 (MVP) 후보로 거론됐지만, 페디가 너무 잘했다. 그가 상을 받는 게 당연하다"며 "내년 시즌에는 가장 큰 영광인 MVP까지 노릴 수 있도록 더 잘 준비하겠다"고 했다. 구체적인 숫자를 언급하지 않지만, '진화'를 다짐했다. 노시환은 "솔직히 내년 시즌 홈런 개수를 장담할 수 없다. 홈런이 언제 나올지, 언제 또 몰아칠지 알 수 없다"면서도 "올해보다 한 단계 더 올라가겠다. (투수에게) 더 무서운 타자가 되기 위해 준비해 돌아오겠다. 그럴 자신이 있다"고 다짐했다.떡잎부터 다르다는 걸 보여줬다. 노시환 이전까지 KBO리그 역사상 23세 이하 30홈런 타자는 장종훈(1991년) 박재홍(1996년) 이승엽(1997~1999년) 김태균(2003년)뿐이었다. 네 선수 모두 KBO리그 통산 300홈런 고지를 넘겼고, 이승엽과 김태균은 일본프로야구(NPB)에 진출했다.노시환으로서도 해외 진출이라는 큰 꿈을 꿀 수 있는 시기다. 그가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 또는 FA(자유계약선수)를 신청하기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았다. 그러나 젊은 나이에 정상급 기량을 먼저 보여줬다. 지난해 KBO리그 최고 타자였던 이정후(키움 히어로즈)는 올겨울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MLB) 진출을 앞두고 있다. MVP 후보로 성장한 노시환의 재능도 그에 뒤지지 않는다. 마이너리그 지도자 출신인 카를로스 수베로 전 한화 감독은 올해 초 노시환을 두고 "팬들의 기대치, 지금까지 보여준 것보다 훨씬 더 큰 잠재력을 지닌 선수"라며 "안주하지 않고 더 높은 곳(메이저리그)을 보길 바란다"고 응원한 바 있다. 이어 APBC에서 적장으로 만났던 이바타 히로카즈 일본 감독은 "한국 4번 타자 노시환은 날카로운 타구를 보여줬다. 일본에 와도 톱 클래스 선수라고 생각한다"고 칭찬했다.그러나 노시환은 먼저 KBO리그 최고가 되겠다고 했다. 더 성장하고 고민할 시간이 충분하기에 서두르지 않기로 했다. 그는 "일본 대표팀 감독님께서 좋은 평가를 해주셨다"면서도 "일단 한국에서 최고가 된 다음에 해외 진출을 생각해 보고 싶다. 솔직히 아직은 (해외 진출을) 생각하지 않는다"며 웃었다.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2023.11.29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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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디, 득표율 92%로 MVP 수상 트로피 5개 수집···신인상은 76.6% 문동주

NC 다이노스 에릭 페디(30)가 예상대로 최고 영예인 2023 KBO리그 최우수선수(MVP)로 뽑혔다. MVP를 비롯해 이날 트로피만 5개나 수집했다. 페디는 27일 웨스틴 조선 서울에서 열린 2023 KBO 시상식에서 득표율 91.9%(총 111표 중 102표)로 MVP를 수상했다. 페디는 "이렇게 많은 상을 탈 수 있었던 것은 NC에서 뛰었기 때문이다. 공격, 수비 등에서 선수들이 정말 잘해줬다"며 고마워했다. 페디는 올해 30경기에 등판해 180과 3분의 1이닝을 소화하며 20승 6패 평균자책점 2.00, 탈삼진 209개를 올렸다. 역대 다섯 번째 '시즌 20승·200탈삼진'을 동시 달성했다. 아웃카운트 1개를 더 잡았다면 1986년 선동열에 이어 '시즌 20승·200탈삼진·1점대 평균자책점'을 해낸 역대 두 번째 투수가 될 수 있었지만, 정규시즌 마지막 등판에서 타구에 맞는 불운으로 대기록 달성을 아쉽게 놓쳤다. 그러나 이날 시상식에서 트로피를 5개나 품에 안고 환하게 웃었다. 페디는 평균자책점상, 탈삼진상, 승리상까지 3관왕도 차지했다. 또한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올해 처음 도입한 수비상에서도 감독과 단장, 코치가 꼽은 투수 부문 수상자(94.91점)로 선정됐다. 플레이오프 탈락 후 지난 8일 미국으로 돌아간 페디는 시상식 참석을 위해 26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최근 외국인 선수는 MVP 수상 시 시상식에 불참한 채 영상 메시지로 수상 소감을 대체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페디는 재입국을 통해 이날 시상식을 빛내 의미를 더했다. 페디는 MVP로 뽑힌만큼 다음달 11일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 수상도 유력하다. 페디는 실력 못지않게 융화력도 최고였고 자신의 노하우를 아낌없이 전수했다. 페디는 올해 활약을 바탕으로 MLB는 물론 일본프로야구(NPB)의 뜨거운 러브콜을 받고 있어 다음 시즌 거취에 이목이 쏠린다. 신인상은 한화 이글스 파이어볼러 문동주가 차지했다. 문동주는 득표율 76.6%(85표)로 KIA 타이거즈 윤영철(13.5%)을 가볍게 따돌렸다. 문동주는 한화 선수로는 2006년 류현진 이후 17년 만에 신인상을 수상했다. 역대로는 이정훈(1987년) 김태균(2001년) 류현진에 이어 역대 네 번째다. 지난해 한화 1차지명으로 입단한 문동주는 2022년 28과 3분의 2이닝을 던져 올 시즌에도 신인상 수상 요건을 유지했다. 문동주는 올해 23경기에 출전해 118과 3분의 2이닝을 책임지며 8승 8패 평균자책점 3.72를 기록했다. 구단의 투구 이닝 관리 속에 규정 이닝(144이닝)을 채우진 못했지만, 팀 내 최다승 2위, 최다이닝 2위를 기록했다. 또한 대표팀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도 했다. 문동주는 "이 트로피의 무게를 잘 견뎌야할 것 같다. 최원호 감독, 카를로스 수베로 전 감독님 등 모든 코치진과 가족에게 감사하다"면서 "한화 선수로는 류현진 선배 이후 17년 만의 수상이다. 팬들에게 감사하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이형석 기자 2023.11.27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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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수의 신(信) 에필로그] 그 짜릿한 포구...레전드 포수의 워너비 투수는 선동열

본지는 6회에 걸쳐 ‘포수의 신(信)’ 시리즈를 연재했다. 프로야구 역사를 대표하는 포수(조범현·김동수·박경완·진갑용·강민호·양의지)들을 차례로 만나 얘기를 나눴다. 포수가 공 배합을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을 들이는지, 투수와 끈끈한 신뢰를 구축하기 위해 어떤 자세를 갖는지, 어떤 고충이 있고 무엇을 가장 큰 보람으로 여기는지 두루 전할 수 있었다. 레전드 포수들 사이에도 투수를 리드하는 최우선 가치에 조금씩 차이가 있었다. 긴밀한 소통과 믿음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포수, 선·후배 관계를 떠나 포수가 주도해 이끄는 호흡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포수 등. 물론 정답은 없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한 건 의외로 포구의 중요성이었다. 포수에겐 일상과도 같은 일, 포일(투수가 던진 공을 빠뜨리는 것)이라도 범하면 쏟아지는 질타를 받을 만큼 쉽고 당연하게 여겨지는 게 포구다. 포수들은 공을 ‘잘’ 받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고 했다. 미트 움직임으로 심판을 현혹하는 프레이밍(catcher framing)이나 도루 저지를 위한 빠른 송구 동작도 일단 공을 정확히 잡는 것부터 시작한다고 강조했다. 투심 패스트볼(투심) 컷 패스트볼(커터) 등 무브먼트가 있는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들이 많아지면서, 포수의 고충은 더 늘었다고 한다. 강민호도 “3시즌(2010~2012) 동안 배터리를 이뤘던 라이언 사도스키의 투심 패스트볼은 잡을 때마다 (미트를 착용한) 왼손이 아팠다. 나중엔 엄지 보호대를 낄 정도였다”라고 돌아봤다. 이번 릴레이 인터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이기도 했다. 사도스키의 투심 구속은 140㎞/h 중반이었다. 더 안정감 있는 포구를 위해 체형을 바꾸는 노력까지 하는 게 포수였다. 조범현 전 KT 위즈 감독은 코치 시절, 소속 포수들이 하반신 근력과 유연성을 모두 키울 수 있도록 유도했다. 그 ‘지옥훈련’을 견딘 게 박경완 LG 트윈스 배터리 코치였다. 박 코치도 후배 포수들의 유연성 강화를 위해 혹독하게 이끌었다. 지도를 받은 김민식(SSG 랜더스)이 “매일 스프링캠프를 치르는 것 같았다”라고 돌아볼 정도였다. 포구는 포수에게 희열을 안기기도 한다. 빼어난 투수의 묵직한 공을 받았을 때 손끝에서 전해지는 짜릿한 느낌이 포수를 신나게 만든다는 얘기다. 김동수 SBS 스포츠 해설위원은 “소속팀에도 좋은 투수들이 많았지만, 한·일 슈퍼게임(1990년대 초반 열린 한·일 프로야구 올스타 정기전)에 나가면 리그 대표 투수들의 공을 받는 것만으로 행복했다”라고 전했다. 강민호도 “국가대표팀에서는 불펜에서 공을 받을 때도 즐거웠다. 특히 다른 소속팀 투수들은 ‘이런 공을 던지니까 내가 (타석에서) 못 쳤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라며 웃어보였다. 레전드 포수들에게 배터리 호흡을 맞춰보지 않은 투수를 전제로 “꼭 받아 보고 싶은 공”을 꼽아달라고 했다. 단연 ‘국보투수’로 불리는 선동열 전 국가대표팀 감독이 가장 많은 표를 받았다. 진갑용 KIA 타이거즈 수석코치는 “내가 막 프로 무대에 들어왔을 땐 (선동열) 감독님이 일본 리그에서 뛰고 계셨다. ‘투수’ 선동열이 던지는 공은 못 받아봤다”라고 아쉬움을 전하며 “감독님 주 무기였던 슬라이더를 꼭 직접 받아 보고 싶었다”라고 했다. 강민호도 선동열 전 감독을 꼽았다. 그는 “과거 영상을 보면, 포심 패스트볼(직구)이 밑에서 위로 올라온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런 공이 글러브로 빨려 들어올 때 기분은 받아보지 않은 이들에게 설명하기 어렵다”라고 했다. 양의지도 “나는 어린 시절부터 선동열 감독님이 던지는 모습을 보며 야구 선수 꿈을 키웠다. 한 번 꼭 받아 보고 싶었다”라고 했다. 1995년 열린 한·일 슈퍼게임에서 선동열 전 감독과 배터리 호흡을 맞췄던 박경완 코치는 “으레 하는 말 같지만, 내가 받아본 공 중 미트에서 전해지는 전율이 가장 강했던 게 선동열 감독님 직구였다. 돌덩이가 꽂히는 것 같았다”라고 했다. 30년 가까이 지났지만, 여전히 그 느낌을 잊을 수 없다고. 김동수 위원은 ‘무쇠팔’ 고(故) 최동원 전 한화 이글스 투수 코치를 언급했다. 신인 시절이었던 1990년, 당시 삼성 라이온즈 소속이었던 최 전 코치에게 홈런을 때려낸 기억을 돌아본 그는 "프로 입문 전부터 좋아했던 최동원 선배님의 전성기 직구와 커브를 받아보지 못해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전했다. 조범현 전 KT 위즈 감독은 자신이 공을 받아 보지 않은 투수와의 공을 갈망하지 않았다. 대신 중·고교 시절 가장 좋아했던 '1년 선배' 원민구 전 협성경복중학교 야구부 감독을 떠올렸다. 삼성 에이스 원태인의 아버지로 더 잘 알려진 야구인이다. 조범현 전 감독은 "그 시절에 스스로 연구해서 커터를 던졌던 선배다. 본인은 슬라이더라고 하는데 정말 살짝 휘어들어갔다. 무엇보다 그토록 자신감이 넘치는 투수가 없었다. 포수로서 그런 느낌을 받은 투수는 이후 없었다. 내가 존경하던 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포수는 육체노동자다. 4㎏에 가까운 보호 장비를 착용하고, 경기 시간 내내 쪼그려 앉아 있는다. 공 배합을 두고 감독의 질타, 투수의 불신을 받기도 한다. 심판과 가장 가까이 있다 보니, 부정확한 볼-스트라이크 판정에도 좀처럼 목소리는 내지 못하는 게 포수다. 심지어 기본 임무인 포구마저 어렵다. 그러면서도 투수의 성장에 기뻐하고, 정답이 없다는 공 배합을 위해 끊임없이 연구한다. 무겁고 묵직한 공을 받고 희열을 느낀다. 인터뷰를 나눈 6명 모두 "포수가 된 걸 후회한 적이 없다"라고 했다. 좀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DNA를 가진 이들. 이런 아이러니가 주는 매력이 포수 탐구를 흥미롭게 만들었다. 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2023.09.08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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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수의 신(信)] 김동수 "투수를 알고, 투수를 믿어라"

KBO리그 역대 포수 부문 골든글러브 최다(7회) 수상, 역대 최초 포수 신인왕(1990년) 그리고 LG 트윈스의 마지막 한국시리즈(KS) 우승을 이끈 주전 포수. 김동수(54) 한국야구위원회(KBO) 전력강화위원이 선수 시절 새긴 이정표다. 1990년 프로 무대에 데뷔한 김동수 위원은 프로에서 20시즌 동안 안방을 지켰다. 선수 생활 마지막 시즌(2009)엔 리그 야수 최고령(마흔두 살)으로 그가 첫 번째 KS 무대를 누비던 해(1990년) 태어난 강리호와 배터리 호흡을 맞췄다. 그렇게 1990년대 한국 프로야구 포수 계보를 이었고, 히어로즈 야구단과 친정팀 LG, 그리고 국가대표팀에서 지도자 길을 걸으며 후진 양성에도 큰 힘을 썼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처음 야구 유니폼을 입은 김동수 위원은 “초등학교 야구부 입단 테스트에 포수 미트를 갖고 있던 지원자가 나밖에 없었다”라고 웃으며 “그 인연으로 지금까지 야구인으로 먹고 살 수 있었다. 포수의 삶을 한 번도 후회하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선수 시절 담배는 입에도 안 대고, 음주도 자제했던 김동수 위원은 모범적인 자기 관리만큼 정석대로 포수 임무를 수행했다. 포수에게 가장 중요한 역량을 포구로 여겼고, 데이터 공부도 열심히 했다. 무엇보다 투수와의 관계에서 ‘믿음의 리드’를 실현했다. 김 위원은 “투수가 자신이 가진 역량을 자신 있게 발휘할 수 있도록 이끄는 게 포수의 역할”이라고 했다. '나만의 데이터'를 만들다 ‘데이터 야구’가 정착하지 않았던 시절, 김동수 위원은 전력분석원과 가까이 지냈다. 현대 야구 분석 자료와 비교하면 부족했지만, 기록지 등 페이퍼 안에서 유의미한 데이터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 김동수 위원은 “지금처럼 포털 사이트에서 경기 영상을 확인할 수 없었던 시절에는 (다른 팀들의 경기 분석 자료를 보며) 투수와 타자 사이 승부 양상을 파악해 보려고 했다. 특히 바로 다음 상대하는 팀 타자들이 이전 3연전에서 초구에 어떻게 대처했는지 집중해 봤다”라고 전했다. 김동수 위원은 타자 구종에 상관없이 배트가 나왔으면, 최근 컨디션에 자신감을 갖고 있다고 판단, 가급적 포심 패스트볼(직구) 대신 변화구 사인을 냈다고 한다. 타자와의 승부에서 가장 중요한 초구의 구종·로케이션 선택에 데이터를 적용하려고 했던 것. 김 위원은 이후 점점 세밀해지는 전력분석 자료를 잘 이해하고 활용했다. 훗날 친정팀 LG에서 세이버메트릭스 등 데이터 활용 책임자인 퀄리티컨트롤 코치를 맡기도 했다.데이터 야구를 맹신한 건 아니다. 1993년 삼성 라이온즈와의 플레이오프(PO)를 돌아본 김동수 위원은 “패스트볼(직구) 타이밍 때 변화구 또는 그 반대로 하는 공 배합이 잘 통하다가, 경기 후반 치명적인 홈런을 맞았던 기억이 있다. 머리 회로가 멈춰버리더라. 30년 전 기억인데 생생하다”라고 했다. 이어 김 위원은 “실패한 승부에서 타자 또는 상대 벤치가 어떻게 대응했는지 기억하고, 데이터와 다른 말을 하는 결과도 복기해야 한다. 그래야 의미 있는 경험이 된다. 결국 포수는 공 배합의 정답을 찾는 게 아니라, 자신의 데이터를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라고 강조했다. “경험이 많은 포수는 공 배합만으로 상대 타자를 제압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도 덧붙였다. 투수를 믿고 인정하라 김동수 위원은 한양대 재학 시절, 구대성·정민태, LG 시절 김용수·이상훈 등 한국 프로야구 역사를 대표하는 투수들과 호흡을 맞췄다. 한국과 일본 리그 대표 선수들이 나선 ‘한일 슈퍼게임’에서는 당대 최고의 투수였던 선동열의 공도 받아봤다. 김동수 위원은 정상급 투수들과 배터리를 이루며 한 가지 확신을 가졌다. 이상적인 투수 리드는 결국 끈끈한 소통과 서로를 향한 믿음에서 나온다는 것. 김동수 위원은 “어린 시절부터 야구를 가장 잘하는 선수들이 투수를 한다. 그만큼 자부심도 크다. 대체로 포수의 마음이 (투수를 향해) 열려 있는 게 낫다. 선배 투수를 상대할 때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이어 김 위원은 “나는 (프로 저연차 시절부터) 이광환 감독님이 포수에게 힘을 많이 실어주셨고, 선·후배 투수들도 나를 잘 따라줬다. 갈등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그런 건 포수가 감수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그라운드 밖에서 대화로 속내를 나누거나, 공 배합 오판을 인정하는 가벼운 제스처가 투수와의 관계에서 큰 도움이 됐다"라고도 귀띔했다. 김동수 위원은 투수의 능력뿐 아니라 승부 성향, 그리고 성격까지 파악해야 한다고 본다. 과거 김시진과 조계현, 유인구 위주의 승부를 즐겼던 투수들을 언급한 김 위원은 “두 선배는 별명이 ‘투 앤드 투(2볼-2스트라이크)’였다. 대체로 승부가 길었다. 포수가 ‘승부를 내자’고 사인을 해도, 자기 스타일을 고수한 것으로 안다. 그럴 땐 리드의 정석을 떠나, 투수의 스타일을 존중해 줄 필요가 있다. 그래야 (투수가) 더 좋은 공을 던진다”라고 했다. 기량이 부족한 투수를 리드할 때도 투수의 자신감을 믿으려고 했다. 김동수 위원은 “변화구가 약한 타자와 승부하는데, 우리 투수 변화구도 좋은 편이 아니면, 아무리 변화구 사인을 낼 타이밍이라고 해도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럴 땐 투수가 던지고 싶은 공을 선택하는 게 바람직할 때도 있었다"라고 돌아봤다. 승부 결과를 확신할 수 없을 때, 투수가 원하는 공을 구사하도록 믿어주는 게 통했다는 의미다.선수 생활 말년에도 김동수 위원은 후배 투수들을 향해 "내 리드를 따르라"고 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이 불편하면, 다른 포수와 호흡할 것을 권유하기도 했다. 김 위원은 "마음이 약한 선수는 대체로 '괜찮다'라고 하는데, 그게 능사가 아니다. 투수는 편안한 마음으로 던지는 게 중요하며, 그렇게 이끌 수 있는 포수가 안방을 지키는 게 맞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김 위원은 여러 방식으로 투수의 자신감을 끌어내는 게 포수라고 강조한다. 승부 결과에 포수를 향해 볼멘소리를 하는 투수도 있다. 감독도 결과만을 두고 평가할 때가 있다. 김동수 위원은 "그게 당연한 것"이라며 웃어 보였다. 그러면서 "그렇고 욕먹고, 혼나면서 야구를 보는 눈이 깊어진다. 감독의 얘기를 투수에게 다 전할 수도 없기 때문에 '내가 더 잘 이끌어야 한다'라는 책임감도 생긴다"라고 말했다.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일간스포츠가 8회에 걸쳐 '포수의 신(信)'을 연재합니다. 한국 야구 대표 포수들이 투수와의 배터리 호흡을 통해 새긴 자신만의 '리드의 정석'을 소개합니다. 정답이 없는 공 배합, 누구도 답을 주지 않는 투수와의 관계에 대해 얘기합니다. 포수가 전하는 '인문학'을 소개합니다. 2023.08.02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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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식 클래식] 포크볼 의존하는 마무리 투수들, 한계는 명확하다

1982년 KBO리그 출범 후 가장 뇌리에 남는 마무리 투수는 오승환(41·삼성 라이온즈)이다. KBO리그 최다인 381세이브를 기록한 것만 봐도 그렇다. '돌직구'라고 불릴 만큼, 그의 포심 패스트볼 스피드와 회전력은 최고였다. 과거 김용수, 이상훈, 구대성, 임창용 역시 한 시대를 풍미한 마무리 투수였다. 그러나 성적과 위압감 등을 종합하면 오승환이 단연 으뜸이다. 투수로는 현역 최고령인 오승환도 세월 앞에서 어쩔 수 없는 듯하다. 올 시즌 2승 3패 11세이브 평균자책점 4.65로 부진하다. 그러나 오승환은 일본에서 최고 마무리 투수로 군림했다.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도 셋업맨과 마무리 역할까지 맡아 실력을 인정받았다. 선동열(통산 평균자책점 1.20)과 송진우(통산 최다승·210승)도 KBO리그 최고 우완, 좌완 투수로 각각 132세이브, 103세이브를 올렸으나 전문 마무리 투수는 아니었다. 최근 KBO리그 마무리 투수를 보면 하나같이 불안하다. 불리한 볼카운트에 몰려 스스로 위기를 자초한다. 과거 마무리 투수들은 구위, 제구, 체력이 모두 뛰어났다. 김용수는 포심 패스트볼(포심), 투심 패스트볼(투심), 슬라이더 세 구종을 던졌다. 이상훈은 포심과 슬라이더, 구대성은 다양한 구종으로 승부했다. 오승환은 포심과 슬라이더 투 피치에 가깝지만, 투구 회전력이 워낙 좋고 공이 묵직했다. 이들은 모두 구위와 제구력을 활용해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은 뒤 유리하게 승부를 펼쳤다. 또한 투수 분업화가 이뤄지기 전이어서 7~8회에 등판하는 경우도 잦았다. 요즘에는 자신에게 주어진 한 이닝, 9회를 깔끔하게 막는 투수가 별로 없다. 특히 포크볼에 너무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검지와 중지를 최대한 벌려 잡는 포크볼은 자유자재로 제구하기 어려운 구종이다. 몸쪽이나 바깥쪽 코너워크가 까다롭다. 자칫 투구가 한가운데로 몰려 얻어 맞을 수 있다. 포크볼은 스트라이크존 아래로 떨어뜨려 헛스윙을 유도해야 효과가 가장 좋은데 타자가 속지 않으면 볼이 늘어난다. 리그에서 내로라하는 마무리 투수의 포크볼 구사 비율이 40~50%대에 이르기도 한다. 포크볼에 의존하다 보니 볼을 남발한다. 자연스럽게 이닝 당 투구 수가 늘어나고, 그들의 책임 이닝은 줄어들고 있다. 그나마 현재 KBO리그에서 가장 돋보이는 클로저는 LG 트윈스 고우석이다. 지난해 연말 시상식에서 만난 이대호(전 롯데 자이언츠)가 고우석을 가리키며 "감독님, 우석이는 커터(컷 패스트볼)가 좋습니다. 그래서 공략하기 힘듭니다"라고 하더라. 고우석은 포크볼을 던지지 않는다.일본 투수들도 포크볼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그러나 그들 대부분은 포크볼을 자유자재로 컨트롤한다. 메이저리그(MLB)에선 마무리 투수가 체인지업을 많이 던지더라. 체인지업 구사가 어려우면, 투심이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요즘 마무리 투수 중에는 몸쪽으로 투심을 던지는 투수가 거의 없다.오른손 투수가 투심을 던지면 우타자 기준 몸쪽으로 살짝 휜다. 때문에 투심은 병살타를 유도하기 쉬운 구종이다. 마무리 투수의 빠른 공에 대처하려는 타자를 현혹하기 쉽다. 포크볼이 구속이나 상하 움직임을 통해 배트를 끌어내면 좋지만, 볼을 남발하기 일쑤다. 투심 승부를 하면 타자의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 포심과 포크볼로 이뤄진 투 피치로는 한계가 분명해 보인다. 더 과감한 승부, 정교한 제구를 자랑하는 든든한 마무리 투수가 늘어났으면 한다. 김인식 전 국가대표 감독정리=이형석 기자 2023.07.24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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